나는 종종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을 받곤 한다. 비록 UI가 원래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통은 인터페이스의 시각적인 측면만(혹은 그 중 좋은 점만) 부각시켜 설명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여러분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기술과 연관이 없는 예를 하나 들어볼까한다. 최근에 내가 묵었던 더블린의 한 호텔 방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호텔은 우리가 여느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모던한 스타일의 부티크 호텔이었다(Morcheeba의 음악이 흐르는 로비, 블랙과 화이트를 대비시킨 가구 등을 떠올려보라).

밤 늦게 방에 들어선 나는 당연히 전등을 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의 어둑어둑한 상태인 방 안, 내 앞에는 전등 패널이 하나 있었다.

여러분도 딱 보면 느낄 수 있듯 "인터페이스"는 괜찮아 보였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한, 깔끔하고 우아한 느낌. 그러나 "경험" 쪽은 이야기가 달랐다. 우선 각각의 스위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없다. 1분여 동안 이리저리 만져본 후에야 왼쪽 다이얼이 메인 전등이고 오른쪽 다이얼이 욕실 전등이며 메인 스위치가 두 다이얼의 마스터 스위치인 듯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해보이지만 다이얼을 누르면 전등을 켜거나 끄는 기능도 한다. 하지만 전등의 상태가 어떤지에 대한 어떤 피드백이나 설명도 없다. 더 헷갈렸던 부분은 다이얼을 누르고 나면 3초 뒤에나 전등이 켜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 마스터 스위치를 누른다 -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다이얼을 돌린다 - 역시 아무 반응이 없다. 다이얼을 누른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이얼을 다시 누른다 (마지막으로 다이얼을 누르고 채 3초가 지나기도 전에 일어나는 일이다). 마스터 스위치를 다시 누른다 - 아무 반응도 없다. 하아 (한숨). 반복한다.

겨우 욕실 전등을 켠 다음에 나는 세면대 앞으로 갔다.

이 역시 매우 근사해보인다. 우아미가 살아있는 배관, 수도꼭지. 현대적인 스타일의 개방형 디자인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이 세면대에서 물은 어떻게 뺄까? 세면대 주변을 살펴봤지만 마개나 줄 같은 것은 물론, 마개를 뽑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게다가 마개가 세면대 표면보다 튀어나온 것도 아니라서 물을 빼기 위해 마개를 뽑거나 누를 수 있어야 할 것 같은 어떠한 유도장치도 없었다. 그래서 답은?

아, 그럼 그렇지. 플러그를 왼쪽으로 45도쯤 기울여서 중간에 있는 회전 고리를 돌릴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걸 모를 사람이 누가 있겠어? (또 다시) 하아. 이렇게 세면대에서 굴욕을 당한 뒤 나는 샤워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샤워기 헤드가 나를 반겼다.

이번에도 연필처럼 생긴 우아하고 독특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물이 나오고 있을 때 방향을 조금 돌리려고 하자 말을 듣지 않는다. 이 늘씬한 디자인과 구조로 인해 샤워기 헤드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도 바꿀 수 없었다. 만약 문으로 들어오는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면 정말 짜증스러운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 디자인 덕분에 아주 강력하고 곧은 물줄기가 나오는데, 굉장히 상쾌하다고 할 수 있는 반면 누구나 좋아할만큼 편한 느낌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멋지게 보이는 UI"와 "UX"의 차이? 여러분은 이제 그 차이를 훌륭한 디자인으로 꾸민 호텔이 형편 없는 사용자 경험를 주었던 이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독특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불편한 경험을 감수하는 것은 사양한다. UI 신기술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독특하게 보이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UI 중 진짜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 없이 제작된 것이 상당수이다. 아마도 내가 묵었던 호텔 방과 똑같이 나쁜 인상을 주게될 것이다.


이 글은 User Interface (UI) vs User Experience (UX)를 번역한 글입니다.

Posted by 행복한고니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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